미학의 눈으로 보는 서양예술사

진중권 미학의 눈으로 읽는 서양 예술사 | 아름다운 가상 그리스 예술의 원리

이도울 2022. 2. 16.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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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아름다운 가상 그리스 예술의 원리

그리스 예술의 특징을 보여주는 제욱시스와 파라시우스의 일화. 출처

그리스의 화가 제욱시스는 포도를 그렸는데 어찌나 잘 그렸는지 새들이 날아와 쪼아 먹으려 했다. 이를 본 화가 파라시오스는 자기도 그림을 보여 주겠다며 제욱시스를 화실로 데려갔다. 그곳에는 커튼이 쳐진 그림이 있었는데 제욱시스는 어서 커튼을 걷고 밑에 있는 그림을 보자고 했다. 그런데 이내 그것이 실제 커튼이 아니라 커튼을 그린 그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제욱시스는 자신은 새를 속였지만 파라시오스는 자기를 속였으니 그가 이겼다고 하며 스스로 패배를 인정했다고 한다.

그리스 예술은 환영주의를 추구했다. 객관적비례와 제작적 비례가 얼추 맞았던 이집트 예술은 동작, 시각, 크기나 구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비례를 정면성의 원리를 이용해 비례를 일정하게 만들었고, 달라질 수 있는 비례들의 조건을 무시했다. 하지만 그리스 예술은 이것들을 의식적으로 지키면서도 비례의 대칭을 이뤘다.

우선 제한적이고 평면적인 이집트 예술과는 달리 그리스 예술은 순간적이고 우연한 동작을 포착하려고 했다. 인간의 신체가 표현할 수 있는 모든것을 추구했다. 좌와 우가 기계적인 대칭을 이루고 폴리클레이토스의 논문 <CANON>에서 콘트라포스토의 개념을 설명했는데, 기존의 딱딱한 대칭을 벗어나 인체의 중앙선을 S자로 그렸다. 그러면서도 신체 비율간의 비례들을 맞췄다. 그리스 예술에서 CANON의 INPUT은 같지만 OUTPUT은 달랐다. 단축법을 의식적으로 지키려고 했다. 이는 특정하게 몸의길이가 변하는 것을 즐김. 예를 들면, 우리가 큰 조각상이나 건물을 볼 때 직선은 곡선으로 보임을 눈에 보이는대로 그린 것이다.

 

플라톤은 아름다움은 비례속에 있어야하고 절대적인 것이어야했다. 그가 생각했던 현실세계는 이데아의 그림자이고 불완전한 허상일 뿐이라고 생각했기에, 이 가상의 세계를 표현하는 것을 무시했다. 플라톤의 미적 취향은 기하학적인 도형들처럼 보편적이고 추상적이고 절대적인 것이었다.

반대로 플라톤의 제자였던 아리스토텔레스는 오히려 환영주의를 긍정했다. 이것을 미의 객관주의와 주관주의의 대립이라고 한다. 그리스 시대의 예술가는 이집트와는 달리 현세에 집중하고 3차원 세계에 집중했다. 여기서 그리스 시대의 모습을 알 수 있는데, 현세를 긍정하고 예술가들에게 창작의 자유를 주었다는 것이다. 이집트는 현세보단 내세에 관심을, 예술가의 자유가 적었고, 누가 그렸는지가 중요하지 않았다.

 

이 두 가지 차이를 추상충돌 그리고 감정충돌이라고 보는 학설도 있다. 이 학설은 자연환경의 차이에서 비롯하는데, 거대하고 공포감을 주는, 자연환경과 친화적이지 않은, 공간을 정복해야하는 존재로 여기는 이집트 인들은 추상충돌을 통해 극복 했다. 해마다 물의 범람 속에서 변하지 않는 면적을 찾아야했다. 이것은 절대적이고 추상적인 것이다. 광활한 공간에서 사막의 한 가운데에 피라미드를 짓는 것처럼 무시무시한 자연을 이겨내도록 했다. 그리스 지역은 자연환경과 인간이 친화적이다. 따라서 인간이 자연과 하나되어 감정을 생각할 수 있었고, 이에 감정충돌이 일어나게 된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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